여기 한 명의 직장인, 김 대리가 있습니다.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이직을 결심했지만, 몇 년 만에 마주한 새하얀 자기소개서 앞에서는 눈앞이 캄캄합니다. 막막함에 무심코 챗GPT를 켜고 몇 글자 입력하자, 그럴듯한 문장들이 순식간에 화면을 채웁니다.
그리고 저기 또 한 명의 직장인, 박 팀장이 있습니다. 채용 공고를 올린 지 하루 만에 수백 통의 지원서가 메일함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걸 언제 다 읽나 싶어 한숨을 쉬던 그는, 얼마 전 도입된 'AI 서류 평가 시스템'의 '분석 시작' 버튼을 누릅니다.
AI가 쓴 서류를 AI가 읽지도 않고 평가하는 시대. 이것은 먼 미래가 아닌 2025년, 바로 오늘의 풍경입니다. 어딘가 씁쓸하고 불안한 이 새로운 채용 전쟁터에서, 구직자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고, 구인자는 어떻게 진짜 인재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이 기묘한 상황은 누구 한쪽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시대의 흐름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구직자들에게 생성 AI는 막막함 속 한 줄기 빛과 같습니다. 세련된 단어 선택, 논리적인 문장 구조, 직무에 맞는 키워드 추천까지. AI는 서류 작성에 드는 엄청난 시간과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아주 유능한 조수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기업 입장에서 AI 서류 평가 시스템은 수백, 수천 통의 지원서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 있습니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1차적으로 서류를 필터링해 줌으로써, 인사담당자는 잠재력이 높은 후보자와의 '진짜 소통'에 더 집중할 시간을 벌게 됩니다. '최소한의 공정성'을 담보하고, 인간 평가자의 편견을 줄이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결국 양쪽 모두 '효율성'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올라탄 것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진심'과 '개성', 그리고 '잠재력'이 들어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고 현명하게 활용하는 플레이어만이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제 구직자와 구인자, 양쪽의 입장에서 구체적인 생존 전략을 각각 살펴보겠습니다.
AI가 채용 과정에 깊숙이 들어오는 현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의 '태도'입니다.
구직자는 AI를 활용해 자신의 경험을 더 빛나게 다듬고, 구인자는 AI를 활용해 확보한 시간으로 후보자의 더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AI가 서류의 '형식'을 평가하는 동안, 우리는 그 너머의 '진심'과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결국 채용의 본질은 '좋은 사람'이 '좋은 회사'를 만나 함께 성장하는 것입니다. AI라는 도구가 그 본질을 흐리게 두지 마십시오. 기술을 현명하게 지배하며 사람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개인과 기업만이 이 새로운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