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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맞다니까?' 성공한 리더가 빠지는 최악의 함정: 생존자 편향과 확증 편향

작성자: 이무룡 | 2026-01-23

'내 말이 맞다니까?' 성공한 리더가 빠지는 최악의 함정: 생존자 편향과 확증 편향

며칠 전 점심식사 자리에서, 옆 테이블에서 하소연이 들려오는데 남 일 같지가 않아서 조금 집중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실제 대화 내용에는 공개적으로 적을 수 없는 단어들이 있었기에, 특정 인물이나 상황을 지칭하지 않도록 내용을 각색하여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야, 지난번 회의 때 분위기 봤냐? 김 차장이 저번 프로젝트 실패 원인 분석해야 한다고 말 꺼내자마자 대표님 표정 굳는 거? 그러더니 바로 '아, 그건 넘어가고, 더 생산적인 미래 이야기를 합시다'라면서 말 돌리시더라. 와,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대놓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실패를 직면해야 할 순간이 오면 교묘하게 화제를 전환하며 '반성'을 건너뜁니다. 얼핏 보면 긍정적인 미래지향적 태도 같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실패한 데이터를 "지나간 일"이라며 테이블에서 치워버리는 순간, 우리 눈앞에는 "성공한 데이터"만 남게 됩니다(생존자 편향). 그리고 이렇게 성공만 남은 상태에서는 '내가 믿고 싶은 결론'을 더 쉽게 고르고(확증 편향), 실패를 봐야 할 이유를 스스로 지워버리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이런 현상은 특정 리더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직급과 무관하게 사람이라면 누구나 빠질 수 있는 뇌의 오류이기에,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주제입니다.

오늘은 실패를 지워버린 조직이 어떻게 판단력을 잃어가는지, 그리고 실무자인 우리는 IT 도구를 활용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멘탈을 지키고 생존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목차

  1. 총알 구멍 없는 비행기를 보강하라? (생존자 편향의 함정)
  2.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뇌의 알고리즘 (확증 편향의 공포)
  3. 두 편향이 만났을 때: '성공 쇼핑'을 즐기는 리더
  4. IT/데이터 시대의 아이러니: 데이터가 편견을 강화한다
  5. 마치며: 괴물과 싸우지 않고 생존하는 법 (Feat. AI와 클라우드)

1. 총알 구멍 없는 비행기를 보강하라? (생존자 편향의 함정)

가장 유명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군 분석팀은 전투에서 살아 돌아온 비행기들을 분석했습니다. 돌아온 비행기들은 날개와 동체 특정 부분에 총알 구멍이 벌집처럼 뚫려 있었죠.

초기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탄흔이 많은 부위를 더 단단하게 보강하자!"

하지만 통계학자 아브라함 왈드의 분석은 관점을 정반대로 바꿉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탄흔이 적게 관측되는 부위를 보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엔진이나 조종석 같은 핵심 부위가 그렇습니다. 날개에 총을 맞은 비행기는 살아 돌아왔지만, 핵심 부위에 총을 맞은 비행기는 '돌아오지 못했기(추락했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입니다. 살아남은(성공한) 데이터만 눈에 보이기 때문에, 실패한 데이터가 가진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오류입니다. 앞서 리더가 "실패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했던 행동이 위험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실패 원인(추락한 비행기)을 보지 않고 미래 계획을 세우는 것은, 구멍 난 엔진을 그대로 둔 채 페인트칠만 다시 하는 것과 같습니다.

2.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뇌의 알고리즘 (확증 편향의 공포)

생존자 편향이 '보이지 않는 것을 무시하는 오류'라면, '확증 편향'은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보는 고집'입니다.

새 차를 사려고 마음먹은 순간, 갑자기 도로 위에 내가 사려는 그 차만 잔뜩 돌아다니는 경험(빈도 착각) 해보셨죠? 이는 우리 뇌가 관심 있는 정보에만 필터를 끼우는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 현상입니다. 개인의 주의 편향이 조직의 의사결정과 만나면,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그에 맞는 근거만 모으는 '확증 편향'으로 증폭됩니다.

리더가 A안으로 결정을 이미 내렸다면, A안에 유리한 데이터 10개만 눈에 들어옵니다(체리 피킹). 반대되는 신호 90개는 "표본이 적네", "조사 시기가 안 좋았네"라며 합리화해 버리죠.

3. 두 편향이 만났을 때: '성공 쇼핑'을 즐기는 리더

문제는 이 두 가지가 합쳐질 때 발생합니다. 특히 의사결정자가 외부 세미나나 리더 모임에 다녀오면 사무실에는 비상이 걸릴 때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주워들은 '맥락 없는 성공담'이 회사에 일방적으로 이식되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전형적인 상황을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 리더: "어제 세미나에서 A사 대표랑 커피챗을 했는데 말이야, 거기는 전 직원이 매일 아침 '애자일 스탠드업 미팅'을 10분씩 한대. 그걸로 소통이 트여서 매출이 200% 뛰었다네? 우리도 당장 내일부터 실시합시다."
  • 직원(속마음): 'A사는 스타트업이라 인원이 20명이고 우린 300명인데... 그리고 A사는 그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었다던데...'
  • 리더: "왜 다들 표정이 그래? A사가 성공했다잖아. 검증된 방법이라고. 토 달지 말고 일단 해봐. 내가 딱 들어보니까 이게 정답이야."

이것이 바로 판단이 마비되기 쉬운 조직의 모습입니다.

  1. 생존자 편향: A사가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과정(보이지 않는 엔진 구멍)은 듣지 않고, 화려한 결과(살아 돌아온 비행기)만 쇼핑하듯 듣고 옵니다.
  2. 확증 편향: "우리 회사는 소통이 부족해"라고 평소 생각하던 차에, 딱 맞는 쉬운 해결책을 들으니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라며 맹신하게 됩니다.

세미나나 커피챗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성공을 포장해서 말합니다. 그 화려한 '무용담'을 '검증된 데이터'로 착각하는 순간, 조직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력 질주하게 됩니다.

4. IT/데이터 시대의 아이러니: 데이터가 편견을 강화한다

"우리 회사는 데이터 기반(Data-driven)으로 일합니다"라고 자랑하는 곳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히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편향은 더 교묘해집니다.

"대표님, 우리 앱 사용자 90%가 이 기능을 매일 씁니다! 대성공입니다!"
완벽해 보이죠? 하지만 여기에는 '(현재 활성 사용자 기준)'이라는 전제가 숨어 있습니다. 그 기능이 싫어서 이미 앱을 삭제하고 떠나간 사용자의 데이터는 빠져 있는 것이죠(생존자 편향).

게다가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믿음에 맞는 지표만 계속 선택하다 보면(확증 편향), 데이터는 객관적 지표가 아니라 오히려 편견을 강화하는 연료가 되어버립니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 확신을 강화할 방식으로 데이터를 고를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편향이 반복될 때 실무자는 어떻게 '증거'와 '멘탈'을 동시에 지킬 수 있을까요?

5. 마치며: 괴물과 싸우지 않고 생존하는 법 (Feat. AI와 클라우드)

조직을 바꾸는 데는 제도와 프로세스가 필요하지만, 오늘은 당장 다음 회의를 버티는 데 도움이 되는 ‘실전 팁’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2026년의 직장인답게, 스마트한 도구와 마인드셋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1) AI로 객관적 근거 확보하기

"대표님, 제 생각엔 이 데이터가 위험합니다"라고 하면 찍히기 쉽습니다. 이때 Gemini나 Copilot을 리서치 도구로 활용하십시오.

"대표님, 지시하신 벤치마킹 사례를 조사하다가 AI를 통해 유사한 해외 실패 사례와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았습니다. A사와 우리는 인프라 환경이 달라서 보안 리스크가 있다는 전문가 리포트가 있는데, 혹시 모르니 대비책(Plan B) 정도는 준비해 두는 게 어떨까요?"

이것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AI가 찾아준 객관적 출처와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함으로써, 감정 소모 없이 의사결정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단, AI가 찾은 자료의 원문 출처는 반드시 확인 후 인용하시기 바랍니다.)

2) 클라우드로 기록 남기기 (디지털 보험)

구두 보고로 끝내지 마십시오. 리더가 고집을 피워 경고를 무시하고 진행했다면, 그 우려 사항을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구글 드라이브나 셰어포인트(SharePoint)의 '버전 기록'을 활용하면 됩니다.

물론 회사의 보안 정책을 준수하는 범위 내여야 합니다. 회의록 구석에라도 "YYYY-MM-DD: 타사 사례 도입 시 예상되는 트래픽 과부하 리스크에 대해 공유함"이라는 한 줄을 남기십시오. 나중에 문제가 터졌을 때 "그때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라고 나를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3) 'NPC 관찰 모드'로 거리두기

리더가 죽어도 변하지 않는다면? 싸우지 말고 '관찰자'가 되십시오. 스트레스를 내 안으로 가져오지 마시고, 마치 게임 속 캐릭터(NPC)를 보듯 거리두기를(감정 이입 끊기) 하는 겁니다.

"아, 지금 저분은 '확증 편향'이라는 버그에 걸리셨구나. 외부 성공 사례라는 바이러스가 침투했네."
이렇게 제3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감정적인 타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월급은 내 노동의 대가이지, 내 감정까지 파는 값은 아니니까요.

성공은 달콤하지만, 그 성공의 기억이 독이 되어 돌아오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훗날 의사결정의 순간에 화려한 날개보다는 구멍 난 엔진을 먼저 챙겨 보는, 그리고 "내 직관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결국 핵심은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시스템입니다. 실패 데이터를 숨기지 않고 학습으로 전환하는 문화, 그리고 ‘확신’이 아니라 ‘검증’으로 움직이는 팀이 장기적으로 더 강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