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세다. 일터에서도, 집에서도, 회의 중에도 심지어 아이디어 회의에서조차 “그거 ChatGPT한테 물어보면 돼요”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질문은 이거다: AI와 ‘같이’ 일하는 법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효율을 추구하는 AI와, 때로는 비효율 속에서 기적을 만드는 인간. 이 둘이 한 팀이 되었을 때의 시너지는 아직 정형화되지 않았다. 오늘 이 글에서는 그 가능성을 탐험해보고자 한다.
AI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있어 능숙하다. 수천 개의 사진 중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를, 수백 개의 문서 중 핵심을 정확히 뽑아낸다. 그런데 그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누구 몫일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의 2023년 기사에서는 AI가 작성한 이메일 초안을 인간이 ‘최종 선택자’로 조정할 때, 반응률이 23%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AI가 발사한 수많은 화살 중, 어디에 꽂을지를 결정하는 것이 인간의 역할이라는 뜻이다.
AI는 언제나 가장 빠른 길을 찾는다. 하지만 인생이 그런가? 좋은 아이디어는 때때로 산책 중에, 커피 마시며 수다 떨다 불쑥 나온다. 비효율적 경로에서 생기는 '우연한 만남', 바로 거기서 창의성이 살아난다.
MIT 미디어랩에서는 비정형적 업무일지와 창의성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불규칙한 일정과 산만한 사고가 오히려 더 창의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데이터를 발표했다. 다시 말해, AI는 빠르게 가지만, 인간은 ‘풍경’을 보며 간다.
AI는 정답이 있는 문제에 강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기획이 성공할까?”, “이 브랜드는 어떤 가치를 전달해야 할까?”
스탠포드 대학의 한 연구에서는, AI에게 윤리적 딜레마를 던졌을 때 응답이 통계적으로 평균에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에 반해 인간은, 모순된 감정 속에서 갈등하고, 의심하고, 때론 실수하면서도 '의미 있는 선택'을 해낸다. 이 복잡성이야말로 인간의 힘이다.
그렇다면 둘을 섞으면 어떨까? 좋은 예시가 있다.
넷플릭스는 추천 알고리즘에 인간 큐레이터의 피드백을 결합시켜, 단순 클릭률이 아닌 '몰입도'를 기준으로 추천 시스템을 개선했다. 결과적으로 시청 시간이 평균 17% 증가했다.
최근 광고회사들이 GPT 기반의 AI 카피라이팅 도구를 도입하고 있다. 처음엔 이들이 인간 카피라이터를 대체할까 걱정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많은 초안을 빠르게 제공했고, 인간 카피라이터는 이 중 독특한 관점과 창의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내용을 골라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협업했다.
미국 광고회사 ‘VMLY&R’의 사례를 살펴보자. AI를 도입한 후 광고 캠페인의 창작 속도는 45%나 빨라졌지만, 최종 선택과 창의적 방향 설정은 철저히 인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맡았다. AI는 데이터 기반의 정답을 제공했고, 인간은 정답이 아닌 가장 매력적인 ‘질문’을 던졌다. 결과적으로 창의적인 광고 캠페인 성공률이 도입 전보다 30% 이상 높아졌다.
Zaha Hadid Architects는 AI 기반 디자인 제안 툴을 도입해 수천 가지 구조를 생성한 후, 디자이너가 선택·조율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협업 방식은 설계 주기를 30% 단축시켰다.
영국의 음악 스타트업 ‘Amper Music’은 AI가 만들어낸 멜로디를 인간 아티스트가 선택하고 수정해 새로운 음악을 창작하는 협업 모델을 도입했다. AI가 제공한 수백 개의 멜로디 중 인간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창의적 감각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조합을 선택했다. 놀랍게도 이 방식으로 탄생한 음악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창작된 음악보다 평균 25% 더 높은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사건도 있었다. AI가 만들어낸 ‘너무 완벽한’ 음악은 청취자에게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졌고, 인간 아티스트가 일부러 불규칙한 박자나 음정을 추가해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냈다. AI의 효율성에 인간의 비효율성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음악이 진정으로 살아 숨쉬게 된 것이다.
MIT 미디어랩은 AI와 인간 협업 모델에 대한 장기적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AI가 제시한 최적의 디자인을 따라가는 것과 AI의 디자인을 창의적으로 변형시키는 두 가지 모델을 비교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AI가 제안한 최적의 솔루션만 따른 팀보다, 일부러 AI의 선택을 비틀고 창의적 실험을 진행한 팀의 성과가 훨씬 더 높았다. 특히, 창의성 평가에서 AI의 효율성에 의존한 팀의 점수는 평균 60점이었지만, AI의 솔루션을 비효율적으로 비튼 팀의 점수는 85점을 기록했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인간은 효율성 너머에 있는 창의성을 발견할 수 있는 존재이며, AI는 그것을 도와주는 최적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회의 전에 미리 AI에게 키워드를 입력해 아이디어 초안을 받아보자. 그걸 기반으로 팀원들이 토론하면서 '인간의 직감'을 반영한다.
보고서 요약, 고객 응답 초안 작성 등 반복적인 일은 AI에게 맡기고, 인간은 피드백과 맥락 설정에 집중한다.
회의 중 AI가 실시간으로 메모와 정리(예: Google Meet의 “Take notes for me”)를 하고, 인간은 질문과 본질에 더 집중한다.
AI와의 협업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조직 문화가 유연해야 하며, 윤리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기술 스택도 AI와 연동 가능하도록 준비되어야 한다.
예: AI 도입에 따른 업무 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PwC는 내부 구성원의 신뢰도를 30% 이상 향상시켰다는 내부 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 우리는 더 이상 ‘정답’을 찾는 존재가 아니다.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여러 갈래의 길 중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 혹시 아직도 “AI가 내 일을 뺏을까?” 걱정하고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AI는 당신을 대신하러 온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결정을 돋보이게 하러 온 것이다.”
Harvard Business Review, 2023: AI와 이메일 반응률 연구
MIT Media Lab: 업무 비정형성과 창의성 관계 연구
Stanford University: AI의 윤리적 판단 연구
Zaha Hadid Architects AI 사례 발표
PwC 내부 윤리 가이드라인 조사 결과
Netflix 알고리즘 개선 사례 (TechC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