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우리는 포괄임금제라서, 야근수당은 월급에 다 포함돼요.”
처음엔 꽤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매번 야근 시간을 몇 분 단위로 계산하지 않아도 되고, 월급도 매달 크게 흔들리지 않으니까요.
특히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거나, 이전 회사에서도 비슷한 구조를 경험했다면 “원래 다 이런가 보다” 하고 넘기기 쉽습니다. 실제로 주변에 물어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야근이 반복되고, 프로젝트가 몰리고, 주말이나 저녁 시간에도 메시지가 오기 시작하면 월급에 포함됐다는 말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집니다.
요즘은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포괄임금제는 원래 “아주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방식인데, 실제 현장에서는 너무 넓게 쓰였고, 그 과정에서 ‘공짜 야근’ 논란이 계속 커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IT 업계나 스타트업은 프로젝트 마감, 서비스 장애, 출시 일정 등으로 인해 야근이 늘어나는 일이 많다 보니, 포괄임금제가 더 자주 등장했고, 동시에 갈등도 더 자주 생겼습니다.
오늘은 포괄임금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무엇이 바뀌고 있는지, 바뀌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그리고 IT 업계는 이 제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까지 최대한 쉬운 말로 풀어보겠습니다.
포괄임금제, 한 문장으로 뭐냐면
포괄임금제는 쉽게 말해, 기본급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같은 법정수당을 따로 계산하지 않고, 일정 금액을 월급에 미리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생기는 오해는 이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포괄임금제를 “법에서 허용한 공식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에 명확하게 규정된 제도가 아니라, 법원이 예외적으로 인정해온 계약 방식에 가깝습니다. 고용노동부 역시 포괄임금제는 판례를 통해 형성된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우리는 포괄임금제니까 괜찮다”라는 말은 법적으로 자동 인정되는 마법의 문장이 아닙니다. 이 직무가 왜 시간을 재기 어려운지, 월급에 무엇을 얼마만큼 포함했는지, 그 결과가 근로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지 않은지까지 함께 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포괄임금제는 ‘정가가 정해진 세트 메뉴’가 아니라 ‘사전 합의가 필요한 맞춤 메뉴’에 가깝습니다. 설명이 부족하면 나중에 분쟁이 생기기 쉬운 구조입니다.
왜 요즘 더 문제라고 하는 걸까
포괄임금제는 예전에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더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단순히 제도가 나빠서가 아니라, 제도가 쓰이는 방식이 시대와 맞지 않게 변했기 때문입니다.
1) “포괄”이라는 말이 너무 편한 해결책이 됐어요
일부 회사에서는 포괄임금제를 ‘야근수당 계산을 생략하기 위한 장치’처럼 사용해 왔습니다. 일이 많아지면 야근이 늘어나고, 그게 반복되다 보면 직원 입장에서는 “아무리 일해도 보상은 그대로”라는 감정이 쌓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참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몇 달, 몇 년 이어지면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포괄임금제는 제도가 아니라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2) 근로시간을 기록하기 쉬운 환경이 됐어요
과거에는 출퇴근 기록이 종이에 남고, 외근이나 출장 시간이 많으면 정확한 산정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메신저로 업무 지시가 오고, 메일로 결과물이 공유되고, 협업툴에 작업 기록이 남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접속 기록과 활동 흔적이 남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시간을 잴 수 없다”는 말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 기록할 수 있는데 기록하지 않는 상황이 더 문제로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3) 사회 전반이 ‘공짜노동’에 더 민감해졌어요
정부, 언론, 법원 모두 장시간 노동과 무급 노동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포괄임금제 자체보다도, 그 제도를 핑계로 초과근로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문제로 보는 흐름이 강해졌습니다.

“변경 사항”은 정확히 뭐가 달라지는 건가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포괄임금제 이제 없어지는 거예요?”
“앞으로는 다 불법인가요?”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은 ‘한 번에 바뀌는 제도 변화’라기보다 방향이 분명해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입법 논의는 반복해서 나오고 있고, 판례는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으며, 정부 역시 오남용에 대해서는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관행적으로 쓰던 포괄임금제는 점점 설명과 근거를 요구받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포괄임금제가 계약서 한 줄로만 존재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본 연봉에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 포함되어 있다”는 문장 하나로 모든 설명이 끝나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를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야근이 많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에 익숙해지고, 책임이 늘어나고, 프로젝트가 커질수록 근무 시간은 자연스럽게 길어집니다. 이때 직원 입장에서는 “이 정도 일했으면 추가 보상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마냥 편한 구조는 아닙니다.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더라도 실제 근로시간이 과도하게 길어지면 분쟁의 소지가 생깁니다. 특히 퇴사 이후에 근로시간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 회사는 과거 기록을 근거로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포괄임금제를 유지하더라도 내부적으로는 근로시간을 기록하는 회사가 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포괄임금 구조를 유지하되, 실제로 얼마나 일하고 있는지는 파악해야 조직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변화는 직원 관리 차원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생산성과도 연결됩니다. 특정 팀이나 특정 시기에만 야근이 몰린다면,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 구조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기록이 쌓이기 시작하면 이런 흐름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채용 시장의 분위기입니다. 요즘 구직자들은 연봉 숫자만 보지 않습니다. 근무 시간, 야근 빈도, 기록 방식, 보상 기준까지 함께 확인합니다. “포괄임금제입니다”라는 말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포괄임금제 논의는 단순히 임금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가 사람의 시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원래는 이런 취지였고, 실제로는 이렇게 쓰였어요
포괄임금제의 원래 취지는 현실적인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출장이 잦거나 연구·개발처럼 몰입 시간이 불규칙한 직무에서는 하루하루 근로시간을 정확히 나누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합리적인 범위에서 일정 시간을 미리 포함하자는 발상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예외’가 점점 ‘기본값’처럼 쓰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사무직, 관리직, 심지어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직무까지 포괄임금제로 묶이면서, 야근은 늘어나는데 보상은 고정된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바뀌면 좋은 점, 아쉬운 점
포괄임금제를 둘러싼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환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좋은 점
일한 만큼 보상받는 구조가 분명해지고, 회사도 장기적인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야근이 왜 발생하는지 원인을 파악하기 쉬워집니다.
아쉬운 점
기존 포괄임금 구조에 익숙했던 직원은 월급이 줄어든 느낌을 받을 수 있고, 회사는 근태 관리와 제도 설계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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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스타트업은 어떻게 바라볼까
IT 업계와 스타트업은 이 문제를 매우 현실적으로 바라봅니다.
야근이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럴수록 기준과 기록이 더 중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결국 포괄임금제 논의는 “야근을 없앨 수 있느냐”가 아니라, “야근을 설명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회사와 직원이 지금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준비
지금 당장 모든 회사를 같은 기준으로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할 수 있는 준비는 분명합니다.
회사는 기준과 기록을 만들고, 직원은 감정보다 사실을 남기는 것입니다.
결국 답은 “시간을 투명하게 기록하는 것”
포괄임금제를 유지하든 전환하든, 결국 필요한 건 신뢰할 수 있는 근로시간 기록입니다.
타임인아웃처럼 근로시간을 한 곳에 모아두면, 야근의 원인과 흐름이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결론, 포괄임금제 시대의 새 기준은 “기록과 합의”예요
포괄임금제 논쟁의 핵심은 월급 그 자체가 아니라 신뢰입니다.
얼마를 포함했는지, 실제로 얼마나 일했는지, 그 기준을 서로 공유하고 합의할 수 있다면 갈등은 훨씬 줄어듭니다.
이제는 “대충 포함”이 아니라 “설명 가능한 구조”가 선택받는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