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AI 툴, 다 사줘야 할까? 관리자를 위한 현명한 도입 기준 (비용/보안)
최근 '나노바나나'처럼 놀라운 성능을 가진 새로운 AI 툴들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실무진들 사이에서는 "우리 팀도 이거 유료 결제해 주세요", "경쟁사는 쓴다는데 우리만 뒤처지는 것 같아요"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죠.
물론 훌륭한 도구들입니다. 개인이 활용할 때는 업무 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혁신적인 무기가 됩니다. 하지만 회사의 살림과 보안을 책임지는 관리자라면, 유행을 따르기 전에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합니다. 개인이 쓸 때는 '혁신'이지만, 회사 전체로 준비 없이 퍼지면 감당하기 힘든 '비용 폭탄'과 치명적인 '보안 구멍'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무분별한 구독 확산' 현상이 기업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계속 늘어나는 '특화형 AI 툴' 도입 요청 앞에서, 관리자가 반드시 따져봐야 할 숨은 비용을 심층 분석하고, 이미 보유한 '범용형 AI(GWS, M365)' 및 'SSO 보안 시스템'을 활용해 어떻게 스마트한 도입 전략을 짤 수 있는지, 그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드립니다.
목차
- 1. 비용의 함정: 눈에 보이는 '구독료'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 2. 생산성의 함정: '기능'은 좋지만 '워크플로우'는 끊긴다
- 3. 중복 투자 점검: 범용 AI(Copilot/Gemini) vs 특화 AI 도입 기준표
- 4. 보안의 핵심: '개인 계정'을 금지하고 'SSO'를 연동하라
- 5. 실행 가이드: 관리자를 위한 'SaaS 다이어트' 4단계
- 마치며: 가장 좋은 도구는 '관리되는 도구'입니다
1. 비용의 함정: 눈에 보이는 '구독료'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최신 SaaS 툴들은 보통 사용자당 월 2~3만 원 내외의 구독료를 책정합니다. 관리자 입장에서도 "직원 생산성이 올라가는데 점심 한 끼 값 정도는 투자해야지"라고 쉽게 승인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기업 관점에서 비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총 소유 비용 관점에서 보면, 실제 비용은 구독료의 2~3배에 달할 수 있습니다.

① 비용의 파편화
직원 1명일 땐 월 2만 원이지만, 50명이 각자 결제하면 월 100만 원, 연간 1,200만 원의 고정 비용이 발생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부서마다, 팀마다 제각각 다른 툴(A팀은 나노바나나, B팀은 CANVA 등)을 도입할 경우, 단체 계약을 통한 할인 기회를 모두 놓치게 되어 비용 효율이 극도로 낮아집니다.
② 숨겨진 행정 비용과 환율 리스크
대부분의 해외 AI 툴은 달러($)로 결제됩니다. 법인카드로 개별 결제된 수십 건의 내역을 재무팀이 매달 확인하고, 환율 변동에 따라 들쑥날쑥한 금액을 맞추고, 영수증을 처리하는 '보이지 않는 인건비'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또한, 해외 결제 시 발생하는 환전 수수료도 고스란히 회사의 부담이 됩니다.
③ '좀비 계정'의 발생
가장 아까운 돈은 '쓰지 않는 툴'에 나가는 돈입니다. 직원이 퇴사하거나, 프로젝트가 끝나 더 이상 해당 툴을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구독 해지를 잊어버려 매달 돈이 빠져나가는 '좀비 계정'이 발생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기업 SaaS 지출의 약 15~20%가 이런 낭비되는 비용이라고 합니다. 중앙에서 통제하지 않으면 이 구멍을 막을 수 없습니다.
2. 생산성의 함정: '기능'은 좋지만 '워크플로우'는 끊긴다
많은 실무자들이 간과하는 것이 바로 '문맥 전환 비용'입니다. 특화된 AI 툴은 그 기능 하나는 탁월할지 몰라도, 전체적인 업무 흐름을 끊어놓을 수 있습니다.
- 파편화된 데이터: '나노바나나'에서 이미지를 생성하고, 다운로드하여, 다시 사내 메신저로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아 다시 툴로 돌아가 수정하는 과정. 이 과정에서 파일 버전 관리가 꼬이고 데이터가 여기저기 흩어집니다.
- 단절된 보안 환경: 외부 툴에 업로드한 데이터는 회사의 보안 정책(DLP 등)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직원이 편리함을 위해 회사의 기밀 문서를 외부 AI 툴에 업로드하여 요약하는 순간,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합니다.
반면, Microsoft 365 Copilot이나 Google Workspace Gemini 같은 통합 플랫폼 내의 AI는, 엑셀에서 분석한 데이터를 바로 파워포인트로 가져오거나, 팀즈 회의 내용을 바로 워드로 요약하는 등 '데이터의 맥락'을 유지한 채 업무를 연결해 줍니다. 이것이 바로 통합 플랫폼이 가진 진짜 생산성입니다.
3. 중복 투자 점검: 범용 AI(Copilot/Gemini) vs 특화 AI 도입 기준표
그렇다면 모든 외부 툴을 막아야 할까요? 아닙니다. 관리자는 '기능의 중복 여부'와 '업무 필수성'을 기준으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아래의 기준표를 참고해 보세요.
| 구분 |
CASE A: 반려 대상 (중복 투자) |
CASE B: 승인 대상 (특화 투자) |
| 직원 요청 |
"회의록 요약, 이메일 초안 작성, 단순 엑셀 데이터 분석, 번역이 필요해요." |
"브랜드 마케팅용 고해상도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의 고도화된 코드 리팩토링이 필요해요." |
| 진단 |
이미 구독 중인 GWS(Gemini)나 M365(Copilot)에 포함된 기능입니다. 외부 툴 결제는 명백한 '이중 지출'입니다. |
범용 툴이 흉내 낼 수 없는 '전문 영역'입니다. 해당 직무의 퍼포먼스를 위해 투자가 필요합니다. |
| 솔루션 |
사내 통합 AI 툴 활용 가이드 교육 및 라이선스 업그레이드 검토 |
전사 도입이 아닌, '필수 인원 선별 지급' 및 'SSO 연동' 조건부 승인 |
4. 보안의 핵심: '개인 계정'을 금지하고 'SSO'를 연동하라
CASE B에 해당하여 외부 툴 도입을 결정했다면, 그다음 과제는 '보안'입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직원들이 jiwon@gmail.com 같은 개인 계정으로 가입해서 업무 자료를 올리는 것입니다. 이 경우 회사는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잃게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SSO(Single Sign-On, 통합 로그인) 시스템입니다.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기업용(Enterprise) 요금제를 써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통합 인증 도입: Microsoft Entra ID (구 Azure AD)나 Okta(옥타)와 같은 인증 관리 시스템을 연동하세요. 이는 회사의 디지털 정문을 지키는 수위실과 같습니다.
사용자 편의성 증대: 직원은 사이트마다 ID/PW를 새로 만들고 기억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존 회사 계정 하나로 모든 승인된 외부 툴에 로그인할 수 있어 업무가 훨씬 간편해집니다.
퇴사자 관리의 자동화: 관리자는 직원이 퇴사할 때 Entra ID나 Okta에서 계정을 '비활성화'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됩니다. 그러면 연동된 나노바나나, 슬랙, 노션 등 모든 외부 툴의 접속 권한이 즉시 차단됩니다. 일일이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비번을 바꿀 필요가 없어 보안 공백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
감사 로그(Audit Log) 확보: 누가 언제 어떤 툴에 접속했는지 투명하게 기록되므로, 보안 사고 발생 시 추적이 가능해집니다.

5. 실행 가이드: 관리자를 위한 'SaaS 다이어트' 4단계
지금 당장 우리 회사의 SaaS 현황을 점검하고 싶다면, 다음 4단계를 따라 해 보세요.
현황 파악 (Shadow IT Discovery): 직원들에게 설문을 돌리거나 법인카드 내역을 조회하여, 현재 사용 중인 유료 툴의 목록을 확보하세요. 아마 생각보다 훨씬 많을 것입니다.
기능 분류 및 통폐합: 확보된 리스트를 '범용 기능'과 '특화 기능'으로 분류합니다. 범용 기능(문서, 화상회의, 단순 AI)은 GWS나 M365로 과감하게 통합하고 개별 구독을 해지시킵니다.
공식 툴 지정 및 SSO 연동: 살아남은 특화 툴들은 '회사 공식 툴'로 지정하고, 반드시 SSO를 연동하여 IT 팀의 관리하에 둡니다.
정기적인 재검토: 6개월마다 사용률(Active User)을 점검하여, 쓰지 않는 라이선스는 회수하거나 구독을 해지하는 프로세스를 만드세요.
마치며: 도구를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나노바나나'는 분명 매력적인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 매력에 빠져 우리 회사의 'SW 포트폴리오'가 관리 불가능한 수준으로 방만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볼 때입니다.
무조건적인 도입도, 무조건적인 통제도 정답이 아닙니다. 핵심은 '전략'입니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통합 플랫폼(Google Workspace, M365)의 잠재력을 100% 활용하여 중복 투자를 막고,
꼭 필요한 혁신 툴은 도입하되, SSO 연동을 통해 회사의 통제하에 안전하게 두는 것.
가장 좋은 도구는 '새로운 도구'가 아니라, 우리 회사의 시스템 안에서 '제대로 관리되고 안전하게 쓰이는 도구'입니다. 지금 바로 여러분 회사의 SaaS 구독 리스트를 점검해 보세요. 새는 돈을 막는 것이 혁신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