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들어온 직원에게 문서 작성을 맡겼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보고가 없어 가보니 독수리 타법으로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문서를 만들고 있더군요. 어림잡아 한컴타자 기준 50타 정도 될 것 같았습니다."
최근 여러 기업의 실무진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조금은 낯선 풍경입니다. 스마트폰과 터치스크린이 세상의 중심이었던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면서, 우리가 '기본기'라고 여겼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특정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마주한 거대한 시대적 변화의 신호탄일지도 모릅니다.
기성세대는 왜 '빠른 타자'를 당연한 기본기로 여길까요? 우리의 업무 환경은 철저히 PC를 중심으로 구축되었고, 빠르고 정확한 문서 작성 능력은 곧 업무 생산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역량이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신세대는 왜 키보드보다 모바일 터치스크린이 더 익숙할까요? 그들은 텍스트보다 영상과 이미지로 정보를 습득하고, 격식 있는 장문의 글보다는 짧은 메시지와 이모티콘으로 소통하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세대입니다.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가 살아온 '디지털 환경' 자체가 달랐을 뿐입니다.
이 낯선 풍경 앞에서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타자 속도'라는 전통적인 잣대로 새로운 세대의 가능성을 재단해도 괜찮은 걸까요? 그리고 이미 우리 팀의 일원이 되었다면, 어떻게 함께 일해야 할까요?
단호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섣부른 판단일 수 있습니다. '타자 속도'는 2~3개월의 의식적인 훈련으로 충분히 개선 가능한 "기술"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모바일 환경에서 체득한, 수많은 앱과 플랫폼을 넘나들며 필요한 정보만 빠르게 찾아내 요약하는 감각이나, 복잡한 매뉴얼 없이도 새로운 서비스의 핵심 기능을 금방 파악하고 활용하는 빠른 습득력은 기성세대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재능"에 가깝습니다.
단순히 타자가 느리다는 이유로 채용에서 배제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조직에 더 필요한 미래의 역량을 가진 인재를 놓치는 실수가 될지도 모릅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리더와 조직의 역량이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바꾸려 하기보다, '일하는 방식'과 '도구'를 업그레이드하는 현명함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우리에게 '미래의 필수 업무 역량은 무엇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머지않아 '빠르게 쓰는 능력'보다 '핵심을 생각해 내는 능력', 그리고 'AI에게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능력(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한 조직의 진짜 경쟁력은 과거의 기준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세대의 강점을 활용하며, 더 나은 도구를 도입하는 '적응력'에 달려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