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이동한다고 끝이 아닙니다: 후임자에게 '전화 안 오는' 인수인계의 기술
12월은 직장인들에게 '이동'의 계절입니다. 누군가는 더 좋은 기회를 찾아 회사를 떠나고, 누군가는 조직 개편에 따라 새로운 팀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많은 분들이 퇴사를 할 때는 인수인계서에 공을 들이지만, 사내 부서 이동이나 보직 변경 시에는 "어차피 같은 회사에 있는데, 모르면 메신저 하겠지"라며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사내 이동일수록 인수인계는 훨씬 더 중요합니다.
떠난 사람은 잊혀지지만, 남은 사람은 계속 마주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엉망인 인수인계는 결국 "일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평판으로 돌아와, 새로운 부서에서의 시작을 무겁게 만듭니다.
오늘은 연말 시즌을 맞아, 후임자에게 "이 파일 어디 있어요?"라는 전화를 받지 않기 위한 'IT 도구를 활용한 스마트한 인수인계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목차
- 마인드셋: 인수인계는 '이벤트'가 아니라 '습관'입니다
- Skill 1. 파일이 아니라 '맥락'을 남기세요
- Skill 2. '글'로 쓰지 말고 '영상'으로 보여주세요
- Skill 3. '내 서랍'을 비우고 '공용 금고'로 이사하세요
- 체크리스트: 떠나기 전 3일, 이것만은 꼭 확인하자
- 마치며: 인수인계는 나를 위한 '평판 관리'입니다
1. 마인드셋: 인수인계는 '이벤트'가 아니라 '습관'입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인사 발령이 난 후, 떠나기 직전 3일 동안 밤을 새워 인수인계서를 만듭니다. 하지만 1년 치 업무를 3일 만에 압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누락이 생길 수밖에 없고, 후임자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진짜 일 잘하는 사람들의 비밀은 '인수인계의 일상화'에 있습니다.
- 왜 1월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언제든 내가 아플 수도 있고, 갑자기 좋은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 업무 기록이 잘 정리되어 있다면, 갑작스러운 부재 상황에서도 동료들이 당황하지 않습니다.
- 나를 위한 자유: 아이러니하게도, 업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기록해 둘수록 나는 업무에서 자유로워집니다. "김 대리 없으면 안 돌아가"는 칭찬 같지만, 사실은 휴가도 마음 편히 못 가는 족쇄입니다.
2025년에는 '나만 아는 노하우'를 쌓아두지 마세요. 업무를 하는 동시에 인수인계 자료가 자동으로 쌓이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2. Skill 1. 파일이 아니라 '맥락'을 남기세요
가장 최악의 인수인계는 바탕화면에 있는 폴더들을 압축해서 2025_인수인계_최종.zip 파일 하나 던져주고 떠나는 것입니다.
후임자가 파일을 열어보면 제안서_v1.ppt, 제안서_최종.ppt, 제안서_진짜최종.ppt가 뒤섞여 있습니다. 후임자는 "도대체 뭐가 진짜 최종이고, 왜 v2에서 v3로 내용이 바뀌었지?"라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파일은 있지만, 맥락이 없기 때문입니다.
해결책: 업무 히스토리를 '링크' 하나로 넘기세요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플로우'와 같은 프로젝트형 협업툴입니다. 1월 1일부터 모든 업무 소통을 개인 메신저(카톡)가 아닌 협업툴의 '프로젝트 방'에서 진행해 보세요.
- 댓글이 곧 인수인계서가 됩니다: 프로젝트 게시글에 달린 댓글 타임라인을 보면, A안이 왜 기각되었는지, B안으로 가기 위해 팀장님과 어떤 피드백을 주고받았는지 생생한 '의사결정의 역사'가 남아있습니다.
- 파일과 대화의 결합: 단순히 파일만 있는 게 아니라, 그 파일을 올릴 때 나눴던 대화가 함께 보존됩니다.
이렇게 일하면 떠날 때 복잡한 엑셀 파일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OO 프로젝트방에 초대해 드렸습니다. 스크롤 올려서 히스토리 한번 읽어보시면 다 이해되실 거예요."
이 한마디면 가장 완벽하고 세련된 인수인계가 끝납니다.

3. Skill 2. '글'로 쓰지 말고 '영상'으로 보여주세요
복잡한 정산 시스템 사용법이나, ERP 입력 절차를 인수인계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걸 워드 문서에 캡처해서 붙여 넣고, 빨간 네모 치고, "①번 클릭 후 ②번 입력"이라고 텍스트로 적고 계신가요?
쓰는 사람도 3시간이 걸리고, 읽는 사람도 이해가 안 돼서 결국 전화하게 만드는 비효율적인 방식입니다. 텍스트는 행동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해결책: 3분이면 끝나는 '나 혼자 미팅' 녹화
문서 작성 대신 Microsoft Teams, Google Meet, 또는 Zoom을 켜세요. 그리고 아주 간단한 3단계만 거치면 됩니다.
- '나 혼자 회의 시작'을 누릅니다. (참여자 없이 혼자 방을 만드세요.)
- '화면 공유'를 켜고 내 모니터를 띄운 뒤, '녹화 시작' 버튼을 누릅니다.
- 마치 옆에 후임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말로 설명하며 시연하세요.
"자, 여기서 로그인하시고요. 이 버튼 누르면 오류가 나니까 꼭 우측 메뉴를 쓰셔야 해요."
이렇게 녹화된 영상 파일을 OneDrive나 Google Drive에 업로드하고 링크만 전달하세요. 10페이지짜리 매뉴얼보다 3분짜리 영상 하나가 훨씬 직관적이고 정확합니다. 후임자는 헷갈릴 때마다 영상을 돌려보며 스스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4. Skill 3. '내 서랍'을 비우고 '공용 금고'로 이사하세요
부서 이동이나 퇴사를 하게 되면 기존에 쓰던 계정이 삭제되거나 권한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 자료를 내 PC 바탕화면이나 클라우드의 '내 드라이브'에만 넣어두고 공유 권한만 주고 떠나는 것은 시한폭탄을 남기는 것과 같습니다.
나중에 내 계정이 삭제되면, 후임자가 잘 쓰고 있던 파일들도 하루아침에 공중분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결책: 소유권을 '나'에서 '팀'으로
떠나기 전, 자료의 물리적 위치를 옮겨야 합니다.
- Google Workspace 사용자라면: 개인 '내 드라이브'에 있는 폴더를 팀 공용 공간인 '공유 드라이브'로 옮기세요.
- Microsoft 365 사용자라면: 개인 'OneDrive'에 있는 파일을 팀의 'SharePoint' 라이브러리로 이동시키세요.
이렇게 하면 파일의 소유권이 '개인(나)'에서 '조직(팀)'으로 변경됩니다. 내가 퇴사하든, 부서를 이동하든 상관없이 자료는 그 자리에 영원히 안전하게 보관됩니다. 이것이 회사의 자산을 지키는 기본 매너입니다.

5. 체크리스트: 떠나기 전 3일, 이것만은 꼭 확인하자
마지막으로, IT 툴 활용 외에 놓치기 쉬운 실무적인 체크리스트를 정리해 드립니다.
- 주요 연락처 리스트업: 거래처 담당자뿐만 아니라, 사내 유관부서 연락처도 포함했나요?
- 권한 위임: 내가 관리자 권한을 가진 소프트웨어나 계정은 없나요? 후임자에게 마스터 권한을 넘겼는지 확인하세요.
- 정기 결제 확인: 내 법인카드로 매달 자동 결제되는 SaaS 툴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결제 수단을 변경했나요?
- PC 포맷 전 백업: 바탕화면, 다운로드 폴더, 즐겨찾기 목록 등 클라우드에 올라가지 않은 로컬 데이터는 없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하세요.
마치며: 인수인계는 나를 위한 '평판 관리'입니다
완벽한 인수인계는 후임자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선물입니다.
과거의 업무가 나를 다시 부르지 않도록 깔끔하게 매듭짓는 것, 그리고 "그 사람 일 처리는 끝까지 확실해"라는 좋은 평판을 남기는 것. 그것이 부서 이동과 퇴사를 앞둔 여러분이 챙겨야 할 마지막 업무 성과입니다.
이번 인수인계를 계기로, 2026년 새해 업무는 시작부터 플로우에 기록하고,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1년 뒤, 여러분은 웃으면서 가볍게 떠날 수 있을 것입니다.